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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저자   이연주, 김미옥

초판   2020년


 

검사들은 가진 권력이 막강한 탓에 남들이 자신을 두렵고 어려운 존재로 바라보는 데 익숙해지기 쉽고 그러고 나면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노력하지 않는다. 모자라고 치사하고 탐욕스러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부끄러워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품위는 인간이 지닌 권력에서 나오는 법이 없으며, 내면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사실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든다.

 

 

  검찰 조직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권력의 중심부를 항상 차지하고 있었고, 대중에게 정치 검사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정치권력을 향해있는 것은 생소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저자인 이연주 변호사는 검찰 조직의 현실을 목격한 후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퇴직을 선택, 이후 여러 검찰과 관련한 이슈들이 자신이 겪은 일들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느끼고 대중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밝히고 있습니다.

  검찰 조직의 부조리함은 예상되는 바이지만 저자는 스폰서, 성추행, 성매매 등의 각종 도덕적 해이, 불공정한 인사, 언론과의 유착, 전관예우 관행, 잘못된 수사 관행 등 부적절한 문화를 지적하고 다양한 사례도 제시합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의 경우 실명을 들어 예시를 들기도 하지만 공개하기 어려운 경우는 익명의 이름으로만 사례를 언급합니다. 굉장히 저급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있고, 검사들이 얼마나 권력 지향적인지, 그리고 정의에 대한 잣대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고발합니다. 특히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결합은 검사의 확증편향과 오류를 수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잘못된 수사 관행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 설명해 줘 쉽게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자 결함은 취지를 떠나서 글 자체가 정제되어 있지 않아 같은 사건,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논점도 왔다갔다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각 글마다 김미옥 평론가가 팩트 체크로 내용을 정리하여 보완한다지만, 그조차도 앞 글의 요약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 무성의함이 느껴지며 이렇게 짜깁기로 구성할 바에는 책을 위해서 새롭게 글을 고쳐 써 완성도를 높였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대중이 검찰 조직의 구성이나 인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음에도 마치 저자와 같이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서술하여 어렵게 느껴지는 설명이 많습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알리려는 목적이라면 설명하는 인물 및 사건에 대한 간단한 주석 설명이라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저자의 고발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근거가 부족하여 뒤에서 들리는 소문 또는 '~카더라'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저자는 검사들이 도덕성이 없고, 부패했고, 엘리트 의식에 권력 지향적이라는 등 다양한 비판을 하며 모두 맞는 지적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주로 개개인의 부정과 잘못에 대해 단편적인 비난위주로 서술하는데, 그보다는 내부인의 관점에서 왜 이런 인물들이 지속하여 양산되는지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해결점을 제시해 주기를 바랬으나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였습니다. 책에서 재직 기간을 밝히고 있지 않으나 찾아본 결과 저자는 2001년부터 2002년까지 1년간 검사로 재직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일반 직장에서는 수습 정도일 말단 1년의 경력과 경험으로 검찰의 치부를 속속들이 알고, 상층부에 대한 비판을 할 정도로 경험을 해 보았을까 의문이 드는 부분으로, 이 책의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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