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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경

원제   商經

저자   스유엔

역자   정윤철, 김태성

초판   2001년


 

상인은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익이 있는 일이라면 칼날에 묻은 피를 핥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위험이 따르지 않는 사업은 누구든지 할 수 있고 그만큼 성취도가 떨어지게 된다. 위험이 많은 사업일수록 이윤이 많다. 이는 선택의 문제이다. 무사안일하게 하루 하루를 보낼 수도 있고, 제때에 기회를 포착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모험에 도전할 수도 있다. 바로 여기서 큰상인과 작은상인이 구별되는 것이다. 나 호설암은 사업을 하면서 위험을 두려워한 적이 없다. 돈이 보이면 자본을 다 날리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밀고나가야 한다. 남에게 먹힐 바에야 차라리 자신에게 먹히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상경이란 제목과 중국인의 경영정신이 된 최고의 경전이란 문구만 보고 중국 고전으로 착각했으나, 이 책은 2001년 출판한 비교적 최근의 책이었습니다. 중국 청나라 시대의 거상으로 꼽히는 호설암에 대한 어록과 일화를 집대성한 책으로 호설암의 일대기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경영 철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의리와 신의를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탁월한 통찰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여 바닥에서부터 청나라 최고의 상인의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훌륭한 거상의 전략과 경영 철학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후세의 상인 및 경영자들에게 이어지지 않은 점을 아쉽게 생각하여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경영인으로서 분명히 훌륭한 부분도 있어 보이지만 사실 현대의 관점에서는 일반적인 경영 철학에 관한 내용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그의 성공의 핵심인 정경유착과 뇌물 증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의 장점만 부각되고 이러한 치부는 지금은 당연히 안되지만 이 시대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변호되어 객관적인 평가가 약합니다.

  그의 생애를 검색해 보면 그는 생사 수출의 독점을 위해 매점매석을 하였고, 이로 인해 유럽 상인들은 그의 제품의 불매를 이어가다 이후 새로 생산된 생사가 대량으로 유입되자 엄청난 손실을 지게 되고, 그의 주 사업이었던 전장에서의 뱅크런으로 파산하게 됩니다. 이런 탐욕적인 선택으로 유럽인들의 적의를 불러일으킨 점,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한 점, 신용 문제까지 확대되도록 재정관리가 부실했던 점 등은 이 책에서 말하는 그의 장점으로 꼽는 경영 철학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로 비칩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경영에 실패한 사례인 호설함의 경영 철학이 이렇게까지 훌륭한 것이라고 평가받을 이유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소위 ‘꽌시’라 불리는 뇌물 문화가 팽배하고, 정경유착과 비리로 얼룩진 현대 중국 기업들 관행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형성되어 왔는지 조금은 예상해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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