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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정전

阿Q正傳

 

루쉰 (魯迅) 지음

조관희 옮김

 

1921

 


 

나는 저들이 더 이상 나 같지 않고, 모두에게 단절이 있지 않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또 저들이 하나가 된답시고 나처럼 고생하며 이곳저곳을 떠도는 생활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저들이 룬투처럼 고생하면서도 아무것도 못 느끼며 살아가지 않기를, 또 다른 사람들처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되는대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저들은 마땅이 새로운 삶을 가져야 한다.

 

 

중국의 근대 문학에서 대표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루쉰의 작품으로 아큐정전 뿐만 아니라 그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과 같이 전체 내용이 아큐정전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챕터마다 이야기가 상이하여 당황하기도 하였습니다. 제 1소설집인 '외침'은 '자서', '광인일기', '쿵이지', 고향, 아큐정전을 담았고, 제 2소설집인 '방황'에서는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를 담았고, 제 3소설집인 '새로 엮은 옛이야기'에서는 '자서', '하늘을 땜질하다', '주검'을 담았습니다. 일부 작품은 담겨있는 정서나 배경이 매우 낯설어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또 일부 작품은 냉철하고 신랄한 묘사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두 번째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는 광인일기는 근대화를 추구하는 이들의 고뇌와 아직 봉건적인 풍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중의 상반되는 모습을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온 주인공은 자신의 형을 비롯하여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뇌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식인 풍습은 실제로 중국에서는 만연했다고 전해지는데 야만적이고 잘못된 행동임을 알지만 관습을 끊을 수 없던 당시 민중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그의 형은 이런 그를 미치광이 취급하며 피해망상증 환자로 치부해버리지만, 자신들의 추악함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과거 형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나가면서 자신도 식인의 풍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한편의 스릴러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소름을 유발합니다.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아큐정전은 당시 우매한 민중의 모습을 아큐라는 인물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품입니다. 정신 승리라는 표현이 이 작품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데, 아큐는 자신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비참한 상황에 지속 처하게 됨에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지 않은 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사람들에게 멸시당하는 그는 자신보다 강한 이들의 앞에서는 순종적이고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만 뒤로는 오만방자한 양면성을 보여주는데, 자신보다 약자인 여성들에게는 힘을 과시하고 혁명의 바람 속에서 자신도 혁명당원이 되어 자신을 멸시해온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자신의 지위를 뽐내고 싶은 욕망과 망상에 빠집니다. 이는 결국 자신의 목을 내놓게 되는 단초를 제공하지만 아큐는 영문도 모르고 사형대로 끌려가며 마지막까지 죽음의 두려움을 자기합리화로 달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보여줍니다. 아큐가 당시의 민중 중에서도 특별히 천박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당시에 만연한 인간 군상이었기 때문에 비판의 수위를 높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서 언급한 광인일기와 같이 이 작품도 근대화 혁명의 변화 속에서 자기합리화에 빠져 우매한 상태로 안주한다면 뻔한 결말을 맞이할 뿐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외 '쿵이지',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와 같은 작품들도 변화하는 중국의 격동기 속에서 지식인과 민중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소설집인 새로 엮은 옛이야기는 중국의 고대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사실 읽어도 배경지식이 없어 이해하기 어려웠고 공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고전소설 외에 중국 근대 문학은 처음 접해봤는데 꽤나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보여줘 놀라웠습니다. 저자와 같이 날카롭게 현실을 직시하고 지적할 수 있는 지식인이 활동 할 수 있었던 당시 중국의 잠재력도 짐작해 볼 수 있었으며, 자기비판능력을 잃은 지금의 자국 현실을 저자가 어떻게 생각할지도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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