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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구 끝의 온실

저자   김초엽

초판   2021년


 

두 개의 기억이 아영의 유년기를 지배한다. 푸른 빛이 흩날리던 잡초투성이 정원과, 어딘가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것 같던 노인의 뒷모습. 아영은 어쩌면 그 기억들이 자신을 말이 없는 생물들에 대한 연구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했다.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더스트 폴이라는 정체불명의 전 지구적 재난을 겪은 이후 재건된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한국의 생태 연구소에서 일하는 아영은 강원도에서 이상 증식을 하고 있는 식물의 소식을 듣고 해당 장소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엄청난 군락을 이루며 퍼져있는 덩굴 식물을 목격하고 그곳에서 밤이 되면 푸른빛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영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한 정원의 푸른빛을 떠올리게 되고, 식물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에티오피아의 랑가노의 마녀로 불리는 나오미를 찾아 나서며 감춰진 이야기에 접근합니다.

  시대적 배경은 2100년대를 그리고 있으며, 언뜻 지금과 별다를 거 없는 듯이 묘사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라든지 인간형 로봇이라든지 미래 세계관임을 나타내는 요소들이 중간중간 언급됩니다. 조금 이질감을 주는 요소긴 하지만, 미래더라도 너무 허황된 SF가 아닌 현실의 연장으로 표현하고자 한 저자의 노고가 느껴집니다.

 

  이 작품의 배경처럼 실제로 전 지구적 재앙이 닥쳐 살 곳과 자원이 한정되어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인류는 하나로 합심하여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분열과 반목으로 자멸하게 될까요? 아마도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인류가 이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게 된다면 그것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작품은 이야기합니다. 세상을 구하는 건 어떤 커다란 목적과 대의가 아니더라도 소중한 사람이 위태롭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또 그 마음들이 모여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지구 끝의 온실은 어떠한 깨지지 않는 인류애에 대한 저자의 단단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도 같습니다. 소설의 상황과 유사한 팬데믹이 다행히 지나갔지만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이때 더욱 의미 깊은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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