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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박영규 지음

 

2004

 


 

고려사는 고려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중국 대륙에서 수십 개의 나라가 섰다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5백 년을 버티며 참으로 지난한 삶을 지탱한 고려인들의 강인함과,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 실리와 대의명분을 함께 취하는 고려인들의 현실감각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작금의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우리 역사 중 조선시대나 삼국시대에 비해 고려 시대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소외되어 있다고 느껴집니다. 조선시대 왕조는 태정태세문단세... 역대 왕들의 연역과 주요 업적 등에 대해 대체로 잘 알고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편이라 생각됩니다. 상대적으로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역대 왕들의 행적이 상세히 전해지고 있고, 마지막 왕조로서 직접적으로 근현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점도 영향이 있겠습니다. 삼국시대도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역사서가 전해지고 있으며 다양한 설화들이 전해져 대중적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반면 고려사는 일부 거란 전쟁, 무신정권 등을 소재로 드라마화가 된 바 있으나 고려의 역대 왕들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적도 조선시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신라는 경주를 중심으로 한 경상권, 백제는 공주와 부여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을 중심으로 위치하여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반면, 고려는 수도 개성을 비롯해 많은 유적과 유물이 북한에 위치하여 접하기 어려운 한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려왕조실록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조선왕조실록에 앞서 작성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춘추관에 보관하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안타깝게도 소실되었습니다. 때문에 남아는 고려에 대한 기록은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남아 있는 사료와 연구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집필하였으며, 고려의 역대 왕들의 계보를 중심으로 주요 사건과 인물들에 대해 서술합니다. 고려의 탄생에 있어 후삼국시대를 빼놓고는 그 배경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라 말기부터 후삼국시대를 후삼국실록으로 구분하여 태조 왕건이 고려를 세우기까지의 이야기를 먼저 서술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 점은 배려가 엿보였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태조 왕건은 고려 왕조의 시조로 후고구려의 궁예 휘하의 장군 출신으로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구려를 계승하는 고려를 세웁니다. 고려 초기에는 강한 권력 기반을 가지고 있는 지역 호족들과 정략 혼인 관계를 통해 정치적 안정, 민족 통합을 이루고자 하였으나 태조의 많은 후손들은 이후 왕위를 두고 권력투쟁을 유발하는 요인이 됩니다. 이후 4대 광종은 노비안건법, 과거제 시행을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 중앙집권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고 6대 성종에 와서 유학의 부흥과 중앙집권 체제를 완성합니다. 이후로도 11대 문종 대에는 태평성대를 구현했다 평가하고 있으며, 16대 예종은 여진 정벌과 동북 9성을 확보하는 등 문화, 군사적으로 강대국의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인물로 평가받는 17대 인종부터 왕권이 약화되며 이자겸의 난, 묘청의 난을 겪으며 혼란한 상황에서 18대 의종의 환관 정치와 무신에 대한 홀대로 반발한 정중부의 난에 의해 45년간의 무신 정권에 의해 왕은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후 강대해진 원나라에 의해 부마국으로 전락, 31대 공민왕에 의해 국권 회복을 위한 개혁 작업을 수행하였으나, 노국공주의 죽음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결국 측근이었던 홍륜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공민왕 이후 왕위에 오른 우왕은 새롭게 떠오르는 명을 견제하기 위한 요동 정벌을 명령하였으나 조선을 개국하게 되는 이성계는 조민수와 함께 위화도 회군을 단행하여 우왕을 폐위하고 창왕과 마지막 34대 공양왕을 옹립, 조정을 장악하게 되며 역성혁명을 통해 조선이 세워지게 됩니다.

 

500년 고려 왕조를 한 권에 담았기 때문에 많이 축약하여 설명하고 있으나 대체적인 고려 왕조의 흐름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문화와 생활상을 잘 알고 있는 조선왕조와 유사한 점이나 차이점을 생각해 보며 읽으니 더욱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고려를 통해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조명해 보니 왕의 자질, 권력의 불균형, 국제 정세 등이 국가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잘 걸어가기 위해 우리 역사가 걸어왔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것이 중요하기에 고려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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