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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박범신 지음

 

2013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치사한 굴욕'과 '쓴맛의 어둠'을 줄기차게 견뎌온 것이었다.

 

 

소금은 인간 생존에 가장 필요한 물질 중 하나지만 지나친 섭취는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또 너무도 흔하여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곤 합니다. 염전에서 염부들이 땀흘려 만들어내지만 실제 인정받는 가치는 너무도 작은. 이런 성격은 이 시대의 아버지들과 묘하게 연상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소금과 같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아버지들에 대한 헌사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줍니다.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선명우는 아내와 세 딸을 가진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여느 아버지들이 그렇듯 가정을 위해 고된 일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해온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가정 내에서는 그의 희생은 당연하게 여겨졌고 있으나 없으나 티가 나지 않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그런 그가 막내 딸의 생일날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남은 가족들은 그제서야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지만, 아버지가 없는 가족은 빠르게 무너지고 해체되고 맙니다.

 

소설에서 소금은 아버지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으면서, 선명우에게는 직접적으로 아버지와 직결되는 매개체입니다. 그의 할아버지에서부터 아버지까지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평생을 염전에서 몸담아 바친 것이 소금이었고, 그 역시 소금을 통해 인생의 변화를 맞이합니다. 아버지는 뜨거운 햇볓이 내리쬐는 염전에서 그가 성공할 수 있도록 평생을 일만 해왔고, 선명우는 타의적일지라도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지도 못하고 그 과실만을 취합니다. 그가 아버지가 되어서는 그의 자식들과 부인이 그가 생산한 과실을 취하지만 더욱 탐욕은 커져만 가고 그들의 욕망을 해소해주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그의 인간성은 소멸해가고 몸과 마음은 병들어 갑니다.

 

세상은 생산성, 효율성만을 따지며 정제염처럼 본질없는 빈 껍데기들만 생산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생산성은 소비를 부추키고 소비는 끝없는 탐욕을 부릅니다. 이런 악순환은 대부분의 경제 주체인 가장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며 인간성을 상실시키고 돈 벌어오는 기계처럼 만들고 맙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한 희생과 사랑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랑으로 포장하여 가정과 사회의 착취로 피폐해져가는 가장이 정상적인 모습일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가장이 신체적, 인격적으로 무너져내렸을 때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 전반으로 악순환이 될 것입니다. 천일염, 죽염과 같이 영양 성분이 가득한 진정한 소금이 인체를 되살리는 힘을 줄 수 있듯이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장이 가정, 사회와 건강한 관계로 회복될 때 비로소 사회 전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저자는 전하고 싶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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