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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三國志

 

나관중 (Thongchai Winichakul) 지음

이문열 평역

 

1988

 


 

비록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못했으되 죽기만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이기를 바라오니, 황천후토여 이 뜻을 굽어살피소서. 만일 우리 가운데 의를 저버리고 형제의 정을 잊는 자가 있거든 하늘과 사람에게 함께 베임을 당하게 해주시옵소서.

 

 

중국의 삼국시대는 아마도 중국 역사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시대일 것입니다. 소설,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소재로 널리 활용이 되어 와 주요 등장인물들과 역사적 사건들은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매우 익숙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지 이야기는 나관중이 저술한 소설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합니다. 진수가 저술한 역사서인 정사 삼국지에 비해 과장되거나 신비스러운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어, 언젠가 읽어보고 비교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초한지의 주역 한고조 항우가 중국을 통일하고 한나라를 세운지 약 400여 년이 지나 영제가 통치하던 184년, 피폐해진 민심으로 황건적이라 불린 도적 세력에 의한 난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미 황제를 중심으로 한 중앙 정권의 힘은 환관과 외척에 의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각 지역의 여러 호족과 군벌 세력들이 난을 수습하기 위해 일어납니다. 여기서 원소, 유비, 조조, 공손찬, 손견 등이 큰 세력으로 등장하게 되고 사실상 한나라의 뒤를 이어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영웅들의 대서사시의 서막을 올립니다.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이 시대에 유난히 탁월한 능력을 가진 영웅들이 많이 등장하게 됩니다. 위촉오 삼국의 군주가 되는 유비, 조조, 손권과 같은 리더뿐만 아니라 장비, 관우, 여포와 같은 엄청난 무력의 무장들과 제갈량, 사마의, 육손과 같은 선구안을 지닌 책략가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격동의 한 시대를 풍미하여 서사를 풍성하게 해주기 때문에 현시대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격동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토록 천하를 얻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결국 한나라의 뒤를 이어 위촉오 세 나라가 세워졌지만 얼마 못 가 한나라와 같은 명망의 길을 걷는 세 나라의 모습으로 비춰본 인생사는 참 허무하기까지 합니다.

 

저자인 이문열 씨는 이 작품을 통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내용의 오류와 조조에 대한 유별난 편애로 비판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난히 이문열의 삼국지는 저자의 생각을 중간중간 많이 드러내는 편인데, 조조에 대한 해석에는 관대하지만 유비나 제갈량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해석이 강한 편입니다. 추후 다른 작가들의 평역본을 통해 비교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소설적 재구성으로 삼국지라는 고전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게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현대까지 가장 널리 읽히는 이유도 삼국지 시대와 같은 난세를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현대사회에서 우리 시대의 난세를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한 힘과 지혜를 옛 영웅들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해 저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갈량의 선구안을 키울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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