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Hundraåringen som klev ut genom fönstret och försvann

 

요나스 요나손 (Jonas Jonasson) 지음

임호경 옮김

 

2009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파자마와 슬리퍼를 신은 백발의 노인이 유쾌하게 캐리어를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유쾌한 표지 이미지와 제목에서 호기심을 유발하는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양로원에서 100세 생일파티를 앞두고 있는 알란 칼손이란 노인이 충동적으로 창문 밖을 넘어 정처없는 여행을 떠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범죄조직 일원의 가방을 훔쳐 버스를 타고 도망치게 되는 이 노인은 그 이후에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황당하고 말도안되는 사건들을 일으키며 점점 세간의 화제를 일으킵니다. 정말 100세가 맞는 걸까 싶을 정도의 대담하고 즉흥적인 행동력을 보여주는데, 그의 인생 여정을 살펴보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구나 깨닫게 됩니다

 

이야기는 양로원에서 탈출한 현재의 여정과 어린시절부터 양로원에 머물기까지의 과거의 여정을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스웨덴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알란 칼손은 니트로글리세린 회사의 사환으로 어렸을 때부터 일하여 어느덧 폭발물 전문가가 됩니다. 이 폭발물 지식은 20세기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엄청난 여정의 단초가 되어줍니다. 폭발물로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집을 폭발시키며 북쪽으로 첫 정처없는 여정을 시작한 그는 폭발물에 대한 지식으로 한 주물공장에서 일하며 동료의 권유로 스페인으로 향합니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던 스페인에서 그는 폭발전문가로 군에서 일하게 되지만 애초에 전쟁에 관심이 없던 그는 자신이 설치한 폭발물위로 건너는 적군의 프랑코 장군을 구해주며 반대 진영으로 넘어가 그와 친구가 됩니다. 이후 미국 구경을 하고 싶어 뉴욕행 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와 어찌하여 한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원자폭탄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트루먼 대통령과 친구가 됩니다. 이런 비슷한 과정으로 그는 세계 각지로 이동하며 세계의 저명한 지도자들과 만나거나 교류하며 역사의 현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향방을 바꾸는 역할을 하게됩니다. 심지어 6.25 전쟁 중에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가 김일성과 꼬마 김정일을 만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런 황당무계한 과거 이야기를 점점 따라가다보면 100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극한의 순진무구함과 여유를 가지고 있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흔히 100세라고 하면 침대나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기력없는 노인의 모습을 자연스레 머리속에 그리게 될텐데 작가는 그런 나이에 대한 편견을 웃기지 말라는 유쾌한 태도로 이런 사람도 있다하며 알란의 이야기를 소개시켜 주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100세의 나이라지만 그는 특유의 낙천성과 친화적인 성격으로 여러 친구들을 자신의 동료로 만들어가고 심지어 그를 쫓던 범죄조직의 보스와 경찰까지도 그의 친구로 만들어 버립니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사건으로 알란의 인생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음을 암시합니다.

 

노인의 여정을 쫓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쾌활하고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저자 특유의 문체가 큰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됩니다. 약간 약빨았나 싶을 정도의 표현들로 아무리 비극적이거나 안좋은 상황들도 유쾌하게 비틀어 읽는 즐거움을 줍니다. 하지만 이런 문체의 특성과 알란의 캐릭터 특성으로 유쾌한 이야기로 느껴지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알란의 인생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행복한 인생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알란은 부모님이 불운하게 세상을 떴을 때나, 정신병원에서 고자가 됬을 때나, 감옥에 갇혀 노역을 하거나, 수없이 많았던 목숨을 위협받던 순간에도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는 태도로 일관하다 보니 제 3자의 시각에서는 유쾌한 에피소드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렇듯 인생의 여정은 어떤 시각과 자세로 바라보냐에 따라 즐거운 여행이 될 수도 있고 고통에 찬 형벌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